자작시

먼산이 거기 있기에

미쁘미 2016. 1. 29. 17:48


          먼산이 거기 있기에


          그냥 그렇게
          저절로
          있는 줄 알았습니다
           

          가슴 한구석 비어 올 때
          무엇 때문인 줄도 모르고
          그렇게 먼산을 바라봤습니다


          나 그 산에 가고싶어
          하루에도 몇 번씩 마음으로
          출발해봅니다
           

          가도 가도 먼산은
          가까워 지질 않고
          끝이 보이질 않았습니다


          먼산이
          거기에 있기에
          철철이 옷 갈아입기에
          그냥 그렇게 있는 줄 알았습니다


          먼산은
          그렇게 무심한 줄 알았습니다
          아름다운 꽃 피는 봄날엔
          그대 행복한 모습 바라보며
          즐거웠습니다


          먼산은
          그렇게 아름 답기만 한줄 알았습니다
          외로움에 눈물 흘리고
          그리운 봄날을 기다리며
          아픈 마음 간직하고 인내하는
          겨울이 있었는 줄 몰랐습니다


          먼산은
          그렇게 씩씩한 줄만 알았습니다
          여름날 울창한 숲 속도
          꽃 지는
          그대의 아픔으로
          피워낸 줄도 모르고
          거기엔 늘 푸르름만 있는 줄 알았습니다


          어느 가을날
          먼산은
          황홀함으로 다가 왔습니다
          완숙한 그대의 삶이
          온통 아름다움으로 채색되어
          내 맘을 설레이게 했습니다


          먼산은
          손짓하며 유혹 했습니다
          그대의 삶
          내게도 나누어 줄 수 있는 것 처럼
          아니었습니다
          그대는 거기에 그냥
          그렇게 있어야 했습니다


          먼산은
          타오르는 정열
          감당하기 힘들어
          하나씩 하나씩 옷을 벗기 시작했습니다
          앙상한 가지가 다 드러났을 때
          먼산은 참
          완전한 자기의 실체를 보았습니다


          먼산은
          그제야 감사함으로
          인내의 언덕에
          또다시
          새싹을 틔우기 위해
          아픔도 서러움도 그리움도
          하얀 눈밭에 묻어 두고
          봄을 기다립니다
           

          이제는
          나 거기에
          가고 싶을 땐 당신의 섭리로
          철철이 갈아입는 당신에 모습을
          그냥 이렇게 바라만 보아도
          행복함을 알았습니다.
           

          그냥 그렇게
          저절로 있는
          당신이 아니라는 걸 알았습니다


          글:/강제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