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시

보푸라기

미쁘미 2016. 10. 25. 07:59


          마트 좌판 위에서

          자주색 티셔츠를 5천 원에 샀다


          남들은 명품이라고 50만 원짜리 티도 입고

          그보다 더 비싼 티도 입는다는데

          나는 5천 원짜리라도 내게 과분하고 내 마음에 들으니

          어느 명품에 비길 바 없이 만족하고

          내 옷을 사랑했다


          한두 번 입고 세탁을 하니

          보푸라기가 일기 시작했다

          그래도 버릴 수 없었다.


          으스스 날씨가 춥기 시작하니

          내 옷이 더 소중하게 느껴지기에

          보푸라기가 난 옷이라도 버리지 않고

          다시는 보푸라기가 나지 말라고

          보푸라기 제거기를 12,000원에 샀다


          거짓말처럼 말끔히 제거 해서 입었다

          그러나 명품 아닌 옷이라서 그런가

          명품같이 사랑했는데

          자꾸 보푸라기가 난다

          또다시 반복되는 보푸라기 제거


          버릴 수 없는 바보 같은 사랑

          감사하면서 입었던 옷인데

          마음이 쓰리다

          내 마음을 명품으로 바꾸고 싶다.


                                            강 제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