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시

맨드라미 꽃의 감사

미쁘미 2016. 10. 31. 05:24


            나는 두텁게 살이찌어

            향기도 내지 못하고

            바람이 불어도 살랑거려

            벌과 나비를 유혹하지 못했지만

            바라보아주는 사랑스러운 눈길 있어 

            외롭지 않았답니다


            대신에 나를 키워준 햇빛과 목마른 갈증에

            어쩌다 내려주는 비에 감사하며

            바람 불면 바람에 실려오는

            다른 꽃들의 향기를 맡을 수 있으니

            감사했답니다


            서리 맞아 내 빛깔이 조금은 충충해졌지만

            나를 가꾸어준 주인은 나를 버리지 않고

            소중하게 다루어 내 본연의 빛깔을 낼 수 있게

            정성껏 말리어 차로 만든답니다


            아무 쓸모없는 줄 알았던 내가

            죽어서도 누군가를 위해

            내 아름다운 빛깔로 나를 대접할 수 있다니

            이 세상 태어나 이보다 더

            감사한 일이 있을까요


            나는 죽어서도 감사하고 감사하답니다


                                               강 제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