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망쳤다

미쁘미 2018. 6. 3. 06:55


        밖이 조용하다

        도수치료 받느라 엎드려 있어 CCTV 가 볼 수 없기에

        "치료사 언니 CCTV 좀 볼래 내 친구 무엇 하는지 조용하네"

        "사장님 닭장에서 무언가 만지는데요 "

        잠시 뒤 친구는 참새 한 마리를 가지고 들어와서

        "그물에 참새가 걸려서 떼어내는데  꼬리가 걸려 다칠까 봐 그물을 잘랐네"

        어떻하지?"

        "잘했네 놓아 주어  그물이 문제가 아니지 생명이 문제지~"


        밖으로 나간 친구는 무엇을 하는지 또 조용하다

        속으로 마눌이 나물 좋아하니 나물 뜯겠지 무심히 치료를 다 받고 일어나 CCTV를 보니 무언가 허전하다

        아뿔싸 ~제 딴에는  잘한다고 셀러리, 양상추 잘 자라라고 사이사이 고들빼기 노란 꽃들을 모두 뽑아 버린 것이다

        엎질러진 물이다 마음 내려 놓으려 해도  너무너무 아쉽다

        자그마한 노란 꽃들이 얼마나 내 마음을 화사하게 하는지 친구는 모르겠지


        어쩌랴 ~그래도 알건 알아야 하겠기에

        "이 꽃들이 얼마 안 있으면 씨앗이 영글어 떨어져 싹 트면 가을에 캘 수 있는 고들빼기가 되는 거야"

        "여기 아니라도 사방에 고들빼기 꽃인데 채소도 자라야지"

        "내가 먹으면 얼마나 먹는다고 꽃과 함께 자라도 충분해"


        에고 ~망첬다  그러나 이왕에 엎질러진 물 친구 마음이라도 편하라고

        "그래 잘했어 뽑아낸 것 잘 말려서 비염 있는 사람들에게 끓여 마시라고 주어야겠다"


        앞뜰에 노란 고들빼기 꽃들은 이젠 볼 수 없고

        가을 되면 맨드라미 꽃들이 붉게 탈 것이다








        ****살아있는 생명과 죽은 생명은 이렇게 다르다

              어제의 화려함은 결코 오늘의 화려함이 아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