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약수 터에서

미쁘미 2015. 7. 11. 07:24


      내가 사는 가까운 곳에 유명한 약수터가 있다

      예전에 방송에 나간 뒤로는 먼 서울에서도 물들을 길으러 온다

      낮에 가면 오래 기다려야 해서 새벽에 일찍 물을 길으러 갔지만

      나보다 더 부지런한 사람들이 몰고온 자동차가 여러 대다

       

      물통을 내리고 들여다본 물 줄기는 젓가락 굵기다

      한번도 그런일이 없었는데 모두 이상하다고 한마디씩 한다

      어제만 해도 콸콸 잘 나왔단다

       

      약수터 가까이에 사는 단독 주택으로 약수 파이프가 지나가는데

      많이 쓰고 있어서 인 것 같다고 말들 하는데 다른날 새벽엔 이런 일이 없었다

      일 년 내내 잠글수 없도록 해 놓은 시설로

      계속 흘러 넘치던 물이었는데 너무 가물어서 그런것 아니냐는 질문에

      아무리 가물어도 아닌것 같다고 한다

       

      앞에 온 사람들  받고 내차례 기다릴 수 없어서

      차를 돌려 근처 천주교 공원묘지로 향했다

      감사하게도 문은 열려있고 약수 수도 꼭지는 틀어보니 콸콸 잘 나온다

      천주교인도 아닌데 마음으로 좀 미안했다

      전에도 가끔 가면 관리하는 아저씨들이 참으로 친절하게도 물 깃는것을 허락 했었다

      새벽이라 그런지 아무도 없고 고즈넉하다

       

      물을 다 깃고 감사한 마음에 뭐 도와드릴 것 없나 살피니 꼬질꼬질 때가 잔뜩 묻은

      비누곽이 눈에 띈다. 마침 옆에 낡은 천 조각이 있기에 비누칠을 여러번 해서

      하얗게 말끔히 닦아 놓고,  새삼 좋은 물을 먹을 수 있게 하신 하느님께 감사드리며

      내려오는 등뒤로 이름 모를 산새들이 재깔 재깔 울어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