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시
열무 된장국
미쁘미
2021. 8. 2. 10:07
열무 된장국
내 좋은 사람들에게
어느 날 불쑥 오시면
시원하게 끓여주리라
철 늦게 씨앗 뿌려 알뜰히 가꾼
무공해 열무
별빛 총총한 새벽길
우유 한잔에 훌쩍 떠나시니
싸늘한 한기가 서운한 마음에
더욱 온몸을 파고듭니다
좋은 사람은 길 떠났어도
냄비에 물을 얹습니다
내게로 오기 위해 넓은 바다에서
꼬물 거리며 헤엄치다
그물에 걸려 발버둥 쳤을,
세상에 테어나 누군가를 위해
자신의 임무를 다한 멸치 몇 마리와
바다 냄새가 푹 배어있는
다시마 한쪽을 넣고 재래식 된장을 풉니다
연한 열무를 한 바구니 뽑아
어디쯤 가셨을까 벗을 생각 하며
정갈하게 다듬어 씻습니다
한소끔 끓인 된장국에
열무를 넣습니다
심장을 튼튼하게 해 준다는 마늘 두쪽을 다저 넣고
새우가루를 넣어 한소끔 더 끓이니
냄새가 구수합니다
하얀 쌀밥에
갓 따온 애호박 볶음과
시원한 열무 된장국 오이김치를 놓고
감사의 기도를 드립니다
좋은 사람이 더욱 그립습니다
시원한 국물 맛이
싸늘한 새벽 공기에 언 몸을 훈훈하게 녹여 줍니다
혼자 먹기 아까워 이웃집 노부부에게
아침 반찬을 나누어 보내니
보잘것없는 작은 것이라도 나누어 줄 수 있는 나는
참 행복한 사람입니다
요리 글/강제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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