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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의 속삭임 (한국 문인협회,한울 문학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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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작시

편지

미쁘미 2018. 7. 1. 04:44


        7월 첫날 새벽에

        그대에게 편지를 씁니다

        잘 있나요?

        이곳 뜰에 장미는 여전히 잘 피고 지는데

        장미가 필 때마다

        당신에게 보여주고 싶답니다


        부화시킨 주먹만 한 병아리가

        이제 제법 어른 티가 납니다

        고운 먹이 먹던 모이도

        오늘부터 어른 모이로 바꾸어야 합니다


        이 새벽 여전히 뻐꾸기는 울고

        창문 옆 지빠귀도 깨어나 재잘거립니다

        아! 조용해졌네요

        제가 그대에게 편지 쓰는 줄 아나 봅니다


        여름이 성숙해지면 그대 많이 힘들 텐데요

        음식 조절도 하시고 마음 조절도 잘하시어

        힘들지 않게 여름 나세요


        대문 앞 별 꽃 같은 의아리도

        하얀 미소를 짓기 시작했답니다

        은은한 향기 그대에게 드리고 싶은데

        그대 여기에 없네요

        얼마 있으면 산 나리도 따라 웃으면

        우리 집 대문 밖이 꽃들의 웃음소리에

        동네가 시끄러울 것입니다


        저는 여전히

        조용한 새벽 쌍화차 솥에 불을 지피고

        타닥타닥 타오르는 불꽃 속에

        당신을 그린답니다

        그대 저를 볼 수 없어도 어쩌다 가끔은

        마음으로나마 제 생각하시나요?


        그대 오늘도 출퇴근 길 조심히 운전하시며

        7월 한 달도 몸도 마음도 아프지 마시고

        행복한 마음만 담으시기 바라요

        창밖 나뭇잎에 토닥토닥 비 내리는 소리에

        뻐꾸기도 지빠귀도 조용해지니

        그대가 더욱 그립습니다


        2018/7월 1일 새벽  미쁨이/강 제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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