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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의 속삭임 (한국 문인협회,한울 문학 회원)

가족을 위해서 얼마나 참았는지? 본문

diary of honey bees

가족을 위해서 얼마나 참았는지?

미쁘미 2017. 6. 29. 08:55


                                                                                     Mon Choisy Beach -----> (Mon Choisy Beach)


      뒤뜰에 빨래를 널고 벌통 앞을 가리게 된 풀들이 벌들의 비행에

      지장을 줄 것이기에 쪼그리고 앉아 풀을 뽑는데

      며칠 전 그 작은 침으로 한점씩 찍어서 모아드린 저희 양식을 잔인하게도

       빼앗았으니 신경이 날카로워 졌나보다


      평소엔 벌통 주위를 건드려도 아랑곳하지 않더니 오늘은 얼굴 가까이 들이대고 윙윙거리며 살핀다.

      그래도 모른 척 풀을 뽑으니 한 놈은 머리카락 속을 파고들어 부산하고

      몇놈은 목덜미 주위를 간질이고 이크~ 또 한 놈이 귀속으로 들어왔다

      귓속이 와글와글 요란하다


      쭈뼛쭈뼛 신경이 곤두서는데 몇 놈이 얼굴 주위를 맴돈다.

      그래도 모른 척 풀을 뽑으니 오늘은 저희 양식을 건드리는 침입자가 아니라는 것을 알고는

      한놈 두놈 떨어진다.

      이어서 귓속에 들러간 놈이 귓속 청소를 다 했는지 기어 나온다 ㅎㅎ


      벌들이 적을 공격하는 것은 목숨을 걸고 하는 것이다

      가족과 집과 양식을 지키기 위해서다

      적에게 깊숙이 자기 침을 찔러 넣으면 그 벌은 가족을 위해서

      위대한 죽음을 택한 것이다


      과연 나는 가족을 지키기 위해서 얼마나 노력했는지 물어본다.

      고개가 힘차게 끄떡여진다

      그러면 가족을 지키기 위해서 참고 참았는지?

      고개가 저어진다.

      부끄럽다 벌보다 못한 나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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