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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의 속삭임 (한국 문인협회,한울 문학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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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야기

돌더그 편지

미쁘미 2017. 12. 18. 06:56


용인집을 정리하면서 가져온 각종 나물 말린 봉지에 엄마의 글씨를 발견하고 가슴이 뭉클 눈시울이 뜨거워진다

고춧잎을 고추입 이라 적은 엄마의 어설픈 글씨지만 나는 엄마의 글씨가 얼마나 힘들게 노력해서 쓰게 된 글씨인지 알기에

엄마의 글씨가 하나도 부끄럽지 않고 자랑스럽다


엄마 처녀 시절 학교에 가고 싶었지만, 어른들이 여자가 글을 배우면 돌덕그(연애편지) 편지를 한다고 못 가게 하셨단다

배움이 한이 되어 자식들을 낳고 야학에 다니셨던 엄마

그것도 직조 공장을 하시는 아버지 일을 돕느라 제대로 못 다니시고 혼자 집에서

그 두꺼운 성경을 두 번이나 필사하셨다


세상 떠나실 때 까지 얼마나 판단력이 예리하시고 영리하셨던지 전혀 88세의 노인 생각이 아니셨다

노인답지 않게 연속극은 좋아하지 않으시면서도 세상 돌아가는 것을 환히 꿰뚤어 보시고 

뉴스는 꼬박꼬박 들으시고 큰 딸인 나에게 매번 전화해서 뉴스 해설가 못지않게 토론하기를 즐기셨던 엄마


돌아가신 뒤에 엄마를 그리워하시는 아버지, 엄마 살아계실 때는 이 딸에게 좀처럼 전화를 하지 않으셨다

그런 아버지가 엄마 돌아 가시고 난 뒤로 엄마가 보고 싶으시면 가끔 전화가 온다

그때마다 똑같은 말을 하시는 아버지

내가 얼마나 엄마를 고생 시켰는지 ~하시면서 말끝을 맺지 못하시며 울먹이신다

그러면서 꼭 몇 번이고 덧붙이는 말씀  그래도 내가 한 번도 엄마를 미워 한 적은 없다 하신다


그러나

엄마를 얼마나 외롭게 두셨는지 우리 자식들은 다 알고 있기에 할 말을 잃는다

돌아가신 다음에 아무리 애틋한 말을 해도 소용없다

살아있을 때 말 한마디라도 따뜻하게 해 주는 게 부부다


감성이 예민하시고 자연과의 대화로 하루하루를 소녀처럼 사셨던 엄마

목소리라도 듣고 싶은데 녹음을 안 해 놓았다

엄마의 노인 같지 않은 초롱초롱한 목소리가 듣고 싶은 아침이 쓸쓸하다. 

엄마 보고 싶어 ~




* 글을 배우면 연애편지를 써서 담장 너머로 돌을 싸서 던진다는 말에서 돌더그 편지라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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