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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의 속삭임 (한국 문인협회,한울 문학 회원)

산을 품는다 본문

수필

산을 품는다

미쁘미 2012. 9. 4. 05:56

그렇게 깔끔떨고 닦고 또 닦고 티끌하나 없이 털어내던 때가 있었는데 나는 어느 때부턴가 꾸미지 않은 사람 냄새나는 시골 냄새가 좋아지기 시작 하면서 더러는 털털하게 흙바닥 에 털썩 주저앉기도 하면서 산을 오르내리고 있었다. 풍부하다는 것은 여유로움이다 며칠사이 제법 많이 내린 비 로 초록은 더욱 짙어지고 풍부한 계곡물 소리가 힘차다 산이 풍요로워지니 나도 덩달아 가슴에 무언가 꽉 차오르는 여유로움에 희열이 느껴진다. 얼마 전 날개도 자라지 않았던 다람쥐 같던 꿩 새끼 한마리가 비에 젖은 채 우리 집 푸들에게 잡혀 오들오들 떠는 것 을 품속에 넣어 털을 말려주는데 어미인줄 아는지 한나절을 품속을 파고들었다 보송하게 말리어 다시 산에 놓아주고 어미가 데려가기를 기다렸다 한참을 삐~삐 거리던 새끼는 어미를 만났는지 조용하다 아마도 지금쯤은 날개가 자라서 나는 연습을 하지 않을까 생각하는데 어디쯤에선가 꿩 꿩 하는 힘찬 장끼 울음소리에 산이 쩡쩡 울리며 대답 한다 푸른 물이 뚝뚝 흘러내릴 것 만 같은 6월산엔 상큼한 초록 빛깔 과 꽃들의 웃음만이 존재 하는 게 아니다 연신 몰아내도 잉잉거리며 눈 속으로 들어 올 듯 달라붙는 날 파리를 몰아내느라 분주하기에 흐르는 땀에 시큼하게 젖어오는 셔츠 속으로 나도 모르는 사이 어느새 이름 모를 벌래가 기어들어와 온통 피부를 벌겋게 발진 시켜놓아 가렵다못해 따갑기까지 한 그 상황에도 산을 오르내리는 발길은 멈추어지지 않는다. 언제나 산이 나를 품은 줄 알고 산에만 들어오면 티 없이 맑은 어린아이 마음이 되어 진종일 뒹굴고 넘어지고 깨져도 지치지 않았다 그런데 산이 나만을 품은 게 아니었다. 어느 날 그 거대한 산이 내 작은 가슴에 들어오니 나 또한 언제나 산을 품을 수 있다는 놀라움에 황홀한 감사로 내 마음은 산속에 있는 한 세상 무엇도 부러울 것 없는 제일가는 부자가 된다. 두리번두리번 산이 나에게 거저 주는 선물들은 내 눈을 얼마나 즐겁게 하는지 또 얼마나 감사한가! 작은 으아리 꽃의 앙증맞은 모양은 초록 밭에 하얀 별을 뿌려 놓은 듯 순결해보여 나도 별처럼 따라 웃어본다 또 한 큰 으아리 크림 빛 화사한 꽃은 얼마나 고상 하고 우아한지 그 앞에 서면 내 마음도 부드러움에 살포시 엎드려 크림 빛 꽃에 키스하면 세상 어느 것 에 비유할 수 없는 황홀감의 신비스러움으로 나도 덩달아 우아해 지는 듯싶다 . 가끔씩 지팡이로 바위를 두드려 금속성 소리를 내어 산짐승에게 미리 나를 알리는 신호를 보낸다 챙챙 딱딱 ~소리가 산을 울리고 바스락 바스락 내 발자국 소리만이 내가 살아있다는 표시를 낸다. 그렇게 숨이 차고, 힘이 들어도 산에 오르면 혼자라는 생각이 나를 떠나니 이래서 나는 산이 좋은가보다 가쁜 숨에 훅훅 달아오르는 열기 6월산이 8월산처럼 느껴지는 계절의 느낌에 지구 온난화를 실감케 한다. 어느 누가 버리고 간 플라스틱 병 옆에 이름 모른 노란 산꽃이 그래도 해죽이 웃어주기에 가만히 따라 웃으며 배낭에 팻트 병 을 담아 메고 이름 모를 산꽃에 말을 걸어본다. "참으로 예쁘기도 하구나 네가 웃어주니 내가 웃는다 고맙다 예쁘게 많이많이 피거라~" 인사라도 하는 듯 산들 바람에 살랑살랑 꽃들이 춤을 추는데 내 가슴에 숨겨진 멍울이 아프다 시큰한 콧등에 눈물이 날 것 같지만 나는 울지 않는다 소리 내어 웃으면 산이 놀랄 것 같아 바보같이 씩~ 웃어 보는 거다 한 아름 꺽어든 철늦은 취나물은 조금 푹 삶아 볶으면 버릴게 하나 없이 감사한 일용할 양식이다 굵직한 참나물 새순을 따서 줄기 하나를 씹어 보는데 자연산이라 향기가 각별하다 나는 산에게 아무것도 해 준 것이 없는데 거저 얻어가니 너무너무 감사하다 언제나 나를 반겨주고 나를 품어주는 산 네가 있어 나도 너를 반기고 가슴에 품는다 그래 이제 우리 서로 얼싸 안아 보자!

글/강제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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