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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의 속삭임 (한국 문인협회,한울 문학 회원)

노동이 기도 본문

수필

노동이 기도

미쁘미 2012. 9. 4. 21:28

노동이 기도

 

고즈넉한 산자락 밑에 담요를 깔고 심은 300평 주목 밭에 봄 부터 자란풀이 빼곡하다
비닐 하고는 달리 숨을 쉴 수 있으니 사이사이로 삐저나온 풀들.

거의 전부가 수북수북히 나온 쇠뜨기 ..뿌리줄기와 홀씨로 번지는 쇠뜨기를 제초제를 쓰지 않고

완벽하게 제거하기란 참으로 힘든 풀이다 가끔씩 망초대가 섞여있어도 그리 힘들지 않은데 담요위로 뚤고나온
쇠뜨기 제거는 뿌리까지 완벽하게 뽑을 수 없으니 눈가리고 아옹이다

새벽 일찍 며칠을 드나들며 외관상은 말끔히 제거했으나 마음 한구석 담요밑에 수많은 뿌리들로
머지않아 또 올라올 생각을 하니 께름칙하다
뭐 그래도 할수 없지 않는가 그때 또 뽑아야지 ...

노동이 기도라고 한다지만 너무 힘드는데
사람도 이 쇠뜨기와 마찬가지가 아닌가? 를 생각해본다.

죄를 지으면서도 완벽하게 뿌리 뽑지 못하고
저 밑바닦 내면에 유혹의 한 자락을 깔고 무디어저서 또 죄를 저지른다는 그런 생각을 해보며
뿌리까지 뽑히지 않고 끈어지는 쇠뜨기를 제거하면서
일생을 하나님 뜻대로 완벽하게 살아가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생각해본다.

밭 옆에 모 건물에 세 들어서 시무하시던 교회 건물이 부도나자 전세금 단 한푼도 받지못하고
작은 비닐하우스를 만들어 다시 개척교회를 하신다는 목사님께서 뜨거운 뙤약볕에 혼자 일하는 내가
안되 보였는지 사과를 깍아가지고 손수 밭두렁에 오셨다.

처음 뵙는 목사님 눈 빛이 참으로 선량하고 안온해 보인다 예전부터 많이 보았던 사람처럼
마음이 편안한 것은  왠 일일까? 꾸밈없는 수수한 사모님도 참으로 포근해 보인다.
내 자유스러운 신앙에 부끄러움도 있지만 스스럼없이 신앙관을 털어놓으며 잠시
담소 할 수 있었던 것은 아마도 목사님 내외분의 평화스럽고 온화한 인상때문이 아니었을까

목사님이 돌아가시고 다른 사람 눈 에 비추어질 내 모습은 어떨가를 생각해보며
노동이 기도라는데 한낮의 뜨거운 태양에 흐르는 땀과 함께 확확 달아오르는 얼굴이
벌겋게 익어가니 오후 직장을 생각해서 연장을 챙기고 아이스박스에서 시원한 물을 드리키니
새삼 건강 주심에 감사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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