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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의 속삭임 (한국 문인협회,한울 문학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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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철새

미쁘미 2012. 9. 4. 06:03

 

철새

 

월롱 천 뚝 방 길 을 달릴 때 마다 철새들 무리가 장관이다

개울가 천 여 평쯤 되어 보이는 푸른 겨울 시금치 밭은 수백 마리? 청둥오리 떼 들이 잠식하여 쪼아대더니

급기야는 누런 밭으로 변하고 말았다 아마도 밭주인은 이른 봄 에 수확하여 수입을 올리려고 그렇게 많이 심었지 싶다

 

시금치 밭주인은 참으로 허탈 하리라 겨울을 난 시금치의 맛은 각별한데 ,

물고기만 잡아먹으면 영양이 모자라는지 아니면 워낙 많은 철새들 숫자이기에 개울 속 고기가 모자라는 지도모르겠다

조금씩 날씨가 풀리면서 나는 지름길을 놔두고 철새 무리를 보기위해 일부러 뚝 방 길로 다닐 때 마다

얼음이 풀린 물속에서 평화스럽게 헤엄치는 철새들을 보면서 어디든 날아다닐 수 있는 철새들이 부러워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지켜본다

 

철새 숫자에 비해서 고기가 적을 것 을 염려 하면서도 한편, 저 오동통한 오리 몇 마리쯤은 잡아보고도 싶은 음흉한 충동이 뚝 방 길을 달릴 때 마다 숨길 수 없다

어떻게 하면 잡을 수 있을까 하는 궁리도 잠간이지만 머릿속 을 스치고 지나간다

조류독감이 저 철새들로 인하여 옮겨 온다는데 이웃집 외팔이 아저씨 부부네 몇 십 마리 닭들도 혹시 조류 독감에 걸리지 않나 싶은 우려에 어느 날 아저씨에게 가까운 곳에 철새들이 많으니 메스콤에서도 연일 조류독감 보도를 하니 빨리 잡아 잡수시는 게 어떠냐고 말씀드렸다

 

어느 날 아저씨 부부는 한꺼번에 3마리를 잡아서 요리를 해놓고밤10시가 넘은 시간에 구태여 먹으러 오라고 몇 번 이나 성화를 하시지만 닭 요리를 안 좋아하는 터기도 하지만 한밤에 두 부부 다정히 드시라고 극구 사양하니 많이 서운 하신가보다

내 겨울은 오들오들 떨면서도 인가가 없는 이곳에 유일하게 오가는 이웃집도 있고 철새들 덕택에 낭만도 함께 하였지만

언제나 가슴 한켠 뻥 뚤린 고독의 샘에서는 하염없는 슬픔이 넘치고 있었다

 

살아있는 것 만 으로도 감사해야지 암 그래야지 자신을 추스리려 안간힘을 쏟다가도

무의식 속 내 안에 자리한 의식이 깊은 잠에서도 슬픔이 되었는지 문득 잠에서 깨어나면 울고 있는 내 목소리가 먼 곳에서 들리는 타인의 울음소리로 들려 더욱 가슴이 저려 차라리 소리 내어 울어보면 시원 할 것 같아 자다가 봉창 두드린다고 엉엉 소리 내어 울어본다

 

남 보기에는 씩씩하게 깨어있어 활발하게 움직이고 하나도 슬플 것이 없는 것 같은데 이럴 때 합당한 말이 독거노인 , 말로만 들어오던 독거노인, 어쩐지 추저워 보일 것 같고 비참 할 것 같은 독거노인 그 말이 싫은데 그러나 부정 할 수 없는 것은 내가 독거노인이 아니고 무었인가?

월롱 천 둑 방 길에 들어설 때 마다 디카 를 잊어버리고 그냥 왔다는 생각이 미칠 때마다 아직은 치매가 아닌데 하면서도 나 자신에 대해 화가 나는 정말 못 말리는 잊혀저 가는 할매가 되어간다

 

그래도 가계에 치매 환자가 전혀 없었고 부모님 아직 살아 계서 두 분 다 티 하나 없는 깨끗하신 얼굴에 나이에 비해 건강하시니 얼마나 감사한지 참 다행이라 싶다

둑 방 길 을 나와 문산 가는 큰길로 들어서면 양쪽으로 즐비한 논에서도 철새들이 나락을 주워 먹느라고 참으로 장관이다

 얼마나 많은지 드넓은 논 전체에 쫙 깔려 있는데 또 한 번 쓸데없는 걱정을 한다

 

저렇게 많은 숫자들이 먹을 수 있는 나락이 얼마나 될까 하고 말이다

피식 웃음이 난다 누가 그랬던가? 너나 잘하라고 ~맞다 내 걱정이나 해야지 하면서도

눈은"파주시는 제초제를 쓰지 않습니다" 라는 광고를 보고 참 다행이다 생각도 해보지만

저것들이 그래도 제초제 안쓴 땅 속 을 뒤집으며 나락을 골라먹으니. 하곤, 또 한 번 내 자신을 돌아보곤 피식 웃는다

 

그러나 봄날  날씨가 풀려 이곳 저곳 밭을 기웃거려 나물을 캐볼라치면  풀 한포기 없는 삭막한 밭 들이 많다

정녕 제초제를 쓰지 않고서는그런 밭이 될수 없다 비료도 제초제도 전혀 사용하지 않는 내 작은 밭에도

갖가지 나물들과 이름모를 풀들이 자라는데 .....

 

이런생각 저런생각 들을 하면서

돌아오는 길에 또다시 둑 방 길을 달리며 좀 더 따뜻해지면 떠나 갈 철새들을 바라보면서 철새들은 추운 겨울이 오면 다시 찾아올 희망을 꿈꾸지만 우리 젊은 사랑의 계절은 추운 겨울이 와도 다시 올수 없으니

못내 가슴이 아프다 얼음 풀린 개울가에 낚시 꾼 몇 명이 나란히 앉아있다 철새들 먹이도 모자랄 텐데 ...글/강 제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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