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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의 속삭임 (한국 문인협회,한울 문학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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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야기

어떤 인연

미쁘미 2018. 1. 13. 07:31

제 찻집에 50대 따님과 90을 바라보는 어머니 손님이 오셨습니다

차를 내고 주방으로 가려는데 할머니 손님이
고향이 어디냐 물어 충남 공주 유구라 하니 깜짝 놀라시며
그러면 혹시 아무개 씨를 아느냐 합니다 저도 놀라서
"제 아버지 신데요" '


할머니 손님이 "그럼 큰딸 제실이" 냐고 묻습니다
그렇다고 대답하니 갑자기 제 손을 붙잡고 눈물을 뚝뚝 흘리시는 겁니다

몇십 년 세월에 저를 못 알아보았다고 하시면서 제 손을 꼭 잡고 놓지 않습니다


유구에서 비단 짜는 공장을 하시며 위택소도 하시던 아버지

그 당시 가정 형편이 어려워 먹고 살기 힘들었을 때인데

아버지 위택소에서 옷감을 외상으로 주셔서 그것을 보따리에 이고

몇십 리 길도 걸어 다니며 팔아서 가족을 먹여 살렸다고 할머니는 말씀하시며 눈물을 흘리십니다


"아버지 살아계신  데요 "

"어머나! 그럼 90이 넘으셨을텐데....."

저는 당장에 아버지와 전화 연결을 해 드렸습니다

할머니는 "사장님" 부르고는 울먹이느라 말을 잊지 못하십니다


인연이란 참 알 수 없는 일입니다

제 찻집에 이런 손님이 찾아올 줄 꿈에도 생각지 못햇는데

참 기분 좋은 날이었습니다


아버지는 5일장에 촌노들이 밀가루 자루로 만든 그것도 오래 써서 기운 주머니에 그날 팔을

각종 잡곡이나 산에서 채취한 나물 같은 것을  조금씩 덜어서 댓돌에 올려놓고 장 보러 갔다 돌아오시면

이집 저집 자루마다 장마다 다르게 각종 옷감을 넣어 놓으셨습니다


이번 장은 저고릿감 다음 장엔 치맛감 그다음은 이불감, 요감

이런 식으로 돌아가면서 넣어놓은 옷감을 모으면 혼수 감이 되는 것입니다


큰 딸인 저는 중학교 때 까지만 유구에 살았고 고등학교 때는 대전에서 다녔습니다

그 후 서울로 이사 올 때 저는 서울에 있었기에 이사 하는 것을 보지 못했는데 할머니 말씀이

트럭 몇대가 집을 떠날 때 삼사십 리 밖에 촌노 들이 모두 찾아와서 양쪽으로 늘어서서

트럭이 떠날 때 모두 눈물을 흘리셨다는 말씀에 제 눈시울도 뜨거워 졌습니다


존경스러운 아버지 그런 아버지 시였기에 갑자기 만난 인연에도 제가 뿌듯하고 감사합니다

아버지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

건강하시고 오래오래 사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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