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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의 속삭임 (한국 문인협회,한울 문학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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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작시

도솔암을 오르며

미쁘미 2023. 1. 2. 09:42

                          도솔암을 오르며

                       

                      여름내 푸르던 초록은 꽃 지던 아픔을 기억했을까
                      짧은 가을볕에 정열을 물들이던 단풍 지고 나니
                      한낫 발아래 밟히는 퇴색한 낙엽인걸
                      앙상한 가지에 걸리지 못하는 바람이
                      쓸쓸한 도솔암 오르는 

                      위선과 가식을 내려놓은 
                      하늘로 치솟은 벌거벗은 나무들
                      묵묵한 진실은 말이 없었다

                      자신의 실체를  드러내도록
                      아낌없이 버려도 산이 깨어나고
                      강물이 태동할 봄을 기다릴 수 있는
                      다시 올 기쁨을 맛볼 수 있는 나무가 부러운
                       낫에 도솔암 오르는 길

                      적막한 산사 우주 한가운데 작은 점이 되어
                      꼬물 거리며 오르는
                      소리 내지 않아도 침묵으로 말하는
                      그렇게 묵묵한 존재로 우주 안에 주인공임을
                      애써 각인시키려 나를 위로해 본다

                      여름 내내 미처 만나지 못한 바람들과
                      저마다의 빛깔과 화려한 순간들을
                      만나지 못하고 보냈음에도
                      영원히 사라진 건  마음뿐이다

                      쪽빛  하늘 아래 도솔암 한평 구들이 따뜻해 보일듯한
                      굴뚝에 연기가 서릴 쯤은 주인이 돌아오겠지

                       잠긴 자물통이 투명하도록 맑은
                      하늘 아래 부끄럽다
                      12월의 하늘이 어찌 저리 맑고 파랄수 있단 말이냐
                       마음도  맑은 하늘에 훨훨 헹구어
                      다시 집어넣고 싶구나

                       

                      미쁨이/강제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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