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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의 속삭임 (한국 문인협회,한울 문학 회원)

신남이 명섭이는 어디에서 무었을 하며 사는지 ~ 본문

수필

신남이 명섭이는 어디에서 무었을 하며 사는지 ~

미쁘미 2016. 6. 4. 23:40

어릴 적 유치원 가지전의 이야기다

방직공장을 하던 우리 집은 비교적 부유한 편이었다

그때는 우리 집이 부유한지 뭔지 몰랐었다

지나놓고 옛 추억을 더듬다 보니 그 시절 꽤 넉넉하게 살았던 것 같다


넓은 울타리 안에 방직 공장과 기숙사

우리 집, 이장 집과 명섭이네 이렇게 세집이 살았었다

이장 집 할머니는 나를 무척 이뻐하셨다

저녁마다 할머니는 화롯불에 된장찌게를 올려놓으시고 할아버지를 기다리셨다

된장이 졸아들 것 같으면 내려놓았다 식으면 다시올리고 ..

그 시절 그 된장 냄새가 얼마나 좋았던지 "할머니 나 된장 한번 찍어 먹으면 안돼요?"


할머니는 언제든 빙그레 웃으시면서 "그래 찍어 먹으렴" 하시지만 뜨거워서 망설이는 나를 보시고는

할머니 약지를 살짝 담가서 내 입에 갔다 대신다

할머니 손가락을 망설임 없이 빨아먹던 나~ㅎ 짭조름한 맛이 얼마나 좋았던지.....


집에 돌아가면 엄마에게 이장 집 된장찌게처럼 해달라고 졸랐다

엄마는 고개를 끄떡이시며 자그마한 자루에 쌀을 두어 바가지 넣으시고

할머니께 갖다 드려라 하신다

어린 나는 그것이 얼마나 신나는 일이었는지 좋아서 팔짝팔짝 뛰면서 어린 나에겐 무거운 무게였지만

신이 나서 할머니께 달려가곤 했었다. 이제 모두 지나간 추억 할머니는 십수 년 전에 소문으로 돌아가셨다는 말을 듣고

할머니 딸 영자 언니가 보고 싶었는데...


저녁때만 되면 나는 명섭이네 집에도 자주 갔다. 지금도 죽이라면 멀건 쌀죽도 좋아한다

그 당시 명섭이네는 매끼 죽을 먹는 편이었다

철딱서니 없는 나는 왜 그리도 명섭이네 죽 먹는 것이 부러웠었는지

명섭이네 밥상 옆에 앉아서 꼴깍꼴깍 침을 삼키면 명섭이 엄마는

"예~제실아 얼른 집에 가서 네 밥 가져오렴 그러면 죽을 줄 테니"


그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엄마에게 달려간다

"엄마 빨리빨리 내 밥 싸줘"라는 말에 한마디 거절도 않으시고 하얀 쌀밥을 묵묵히 제일 큰 주발에

 꼭꼭 눌러서 담고 뚜껑을 닫은 후에 보자기로 꽁꽁 싸매서 내 손에 들려주신다


어린 나는 명섭이네 도착하기 전 죽을 다 먹을까 봐 조바심하고 뛰어가다 넘어진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그것을 잘 아시는 엄마는 뛰어가다 넘어져 밥이 쏟아질까 봐 보자기로 꽁꽁 싸매 주신 거다

지금 생각하면 워낙 집안이 넓으니 명섭이네 집까지 어린 나이에 멀게만 느껴져졌을 것이다

무릎이 깨져 피가 나도 다시 뛰어서 명섭이네 방문을 열 면 우선 죽그릇부터 살폈다


다행히도 죽은 남아있었다

명섭 엄마는 내가 내미는 주발을 열어서 우선 반을 덜어서 명섭이 아버지께 드리고

나머지 반은 신남 오빠와 명섭이에게 똑같이 나누어주셨다

그러면 명섭 아버지는 또 반을 나누어 명섭 엄마에게 주시는 것이다


밥은 안중에도 없는 나는 나물을 섞고 쌀은 잘 보이지도 않은 멀건 죽을 뜨거운 줄도 모르고

정신없이 후루룩대며 먹었다. 그때 그 죽 맛이 얼마나 좋았던지 지금도 가끔 봄에 냉이를 캐면

죽을 쑤어 먹는데 그때 그 맛이 아니다

기억에도 가물가물한 신남이 오빠와 명섭이(동갑)는 지금 어디에서 무얼 하며 사는지 보고 싶다!


경제적 여유가 많아진 현실 끼니 걱정이 아니라 얼마나 맛있는 음식을 먹을까 하고

맛집만 찾아다니는 시대 참으로 감사하면서도 우리는 어려웠던 그 시절을 잊지 말고

나누면서 도와가면서 살아야 될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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