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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의 속삭임 (한국 문인협회,한울 문학 회원)
씨앗을 뿌리기위해.. 본문
새봄 새로 태어날 것들을 위해서 작년에 제 소명을 다하고 말라죽어간 건초들과 낙엽들을 태우며
마른 가지에 붙어있는 산나물 씨앗들을 흔들어 담장밑에 여기저기 흗뿌려 털어내고 불길에 던저 넣으며
나는 그들이 내 뿜어대는 독한 연기에 눈물을 찔금 거리며 기침을 해대며 땀을 뻘뻘 흘려가며 미련없이 태우고 또 태웠다
자신을 태워 새로 태어날 것들의 밑거름으로 쓰여질 타다남은 재를 보면서 가슴 한켠이 아려오는것은
가슴속 자리한 내 허망이 숨죽혀 울음우는 슬픈별의 통곡이며 ...
나는 무엇을 위해 나를 태울수 있나 생각하니 참으로 부끄럽다!
지난가을 땅속깊이 묻어 저장해 놓은 무는 겨우내 한번도 열어 보지 못하고 봄을 맞이하는데 몇개 꺼내어
잘 고른땅에 다시 묻어 꽃을 피워 씨앗을 받으리라 생각하니 추운 겨울의 동면을 견디어준 무가 고맙고 부럽다!
청경채 씨앗과 시금치 씨앗을 뿌리기 위해 밭을 갈아엎으며
막 봄내음을 맏으며 고개를 내밀어 봄볕 샤워를 즐기는 냉이, 꽃다지, 고추냉이,씀바귀,망초싹 여린풀들이 호미꿑에
뽑히여 뒤집어지는 모습이 또 나를 불편하게 한다
풀 한포기라도 아무것도 건드리지 말고 있는 그대로 두고 싶다
금년엔 집안 모든 풀들과 나무들이 제모습 그대로 제멋대로 자유롭게 자랄수 있게 그대로 두고 싶다
그리고 나는 떠나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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