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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의 속삭임 (한국 문인협회,한울 문학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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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풍경1

미쁘미 2012. 11. 27. 07:06

저녁 무렵 3호선 전철안 에어컨이 시원하다 못해 으스스 춥기까지하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하루의 여정을 끝내고 피곤에 지처 꾸벅꾸벅 졸고있다
구파발 역에서 몇사람이 내리고 또 한무리가 탓다


내리는 사람수에 비해 오르는 사람이 적으니 몇자리 남았다
40대 중반으로 보이는 어느 여인이 잽싸게 건너편 빈자리에 엉덩이를 드민다
무릎위로 올라간 짧은 스커트에 번쩍 번쩍 빛나는 에나멜 구두에 스팡클이 달려서
더욱 번쩍 거려 시선이 쏠린다


앉자마자 핸드백을 열고 무었인가 정신없이 찾는데 잘 보이지 않는지 한참을 뒤적뒤적 하더니
껌 한개를 꺼네어 입에 넣고는 질걸질겅 씹어 대는데 껌과 무슨 원수라도 지었는지
장난 아니게 짝짝 거리며 씹어댄다


그러는 여인, 아뿔사~ 벌리고 앉은 두다리 사이로 속옷이 보일락 말락 보는내가 불안해서 민망하다
눈이라도 마주치면 손 신호라도 해 줄텐데...


그러던 여인은 핸드백을 다시열고 자그마한 손거울을 꺼내들고 연신껌을 씹어대며 분첩으로
얼굴을 포장하기 시작한다 너무 바빠서 화장을 못하고 나왔나보다
왠만하면 내리는 역 화장실에서라도 했으면 좋으련만.......
하얗게 분칠이 끝나자 그녀는 아이샤도우를 꺼내들고 속눈섭 치장을 한다 다리는 헤 벌린채
왜 내 낮이 뜨거운가?


속눈섭 치장이 끝나자 루주를 바르는데 그넘에 껌.. 단물도 다 빠젓을텐데 고만 씹지..
짝짝 거리면서도 루즈는 잘도 바른다
휘유~~이제야 화장이 다 끝났구나 왜 내가 한숨이 쉬어지는가!
그러면서도 내 눈은 연신 그녀의 두 다리 사이로가니 원..
그렇게라도 화장은 꼭 해야만 되는건가?


이젠 여인과 눈이 마주치면 내 무릎을 가리키며 신호를 해줄텐데 ..
생각하는순간 그녀는 또 핸드백을 뒤적인다
이번엔 무었이나올까? 처다보는데 또다시 부산하다 한참을 뒤적인다
도대체 핸드백 안 구조가 어찌되어 있기에 무었을 찾을때 마다 부산하게 시간이 걸린단 말인가?
한번 드려다 보고싶어진다


정말 한참을 수선스럽게 뒤적이더니 자그마한 향수병을 찾아선 입은 짝짝거리면서
윗저고리 여기저기 향수를 뿌려대기 시작한다
그러는사이 전철은 종로역에 닿았다 그녀는 내리고
나는 끝내 그 여인에게 무릎 좀 모우고 앉으라는 신호를 보내주지 못했다

 

글/ 강제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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