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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의 속삭임 (한국 문인협회,한울 문학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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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라이센스

미쁘미 2016. 7. 28. 16:54

라이센스

두꺼운 담요를 덮고 누웠는데도 가끔 몸이 움츠러든다
흐르는 음악만 정적을 깨트릴 뿐.

언제나처럼 혼자 하는 여행이 지금처럼 고독 하다는 느낌이 오는 건 아마도 나이 탓 이리라
젊어서부터 유난히 여행을 즐겼지만 이렇게 철저하게 따스한 체온이 그리운 날은 없었으리라

지리에 익숙하지 않아도 쉽게 찾아다닐 수 있는 미국의 안내판이 나같이 길눈 어두운 사람에겐
참 고마운 일이다.

오래전부터 알고 지내는 스페인 친구 둘이 사는 별장 .
맨해튼 에서 자동차로 3시간 정도 거리에 있는 이곳 캐치킬은 고독한 마음만 아니라면
오래도록 살아보고 싶은 아름다운 곳이다

사업 관계로 알게 된 친구들이지만 사업을 접은 뒤에도 우리들의 우정은 계속되고 있다.
뉴욕에 와 있다는 전화를 하니 빨리 보고 싶단다

그러나 대충 일을 마치면 한 달 뒤에나 볼 수 있다 하니 

홍콩 출장이 있어 별장이 비어 있을 거라며

혼자 쉬고 싶으면 키를 어디에 두고가니 문 열고 마음 놓고 쉬다 가라 한다
친구들 얼굴 못 보는 것은 서운하지만 그래도 그들의 우정이 내 마음을 훈훈하게 한다.

렌터카를 빌리고 며칠 먹을 식료품을 준비하고.
느긋하게 달리는 차 안에서 듣는 음악은 오랜만의 휴식에 나른해진다.
쭉쭉 뻗은 한가한 고속도로.저만치 보이는 안내판 사슴이 있으니 조심하라는 .....
미국은 축복받은 땅이라는 느낌은 언제나 마찬가지다.

내 나라 여행할 땐 안내판을 보고 찾아다니기가 그리 수월하지 않은데
말도 잘 안 통하는 먼 이국땅에선 내 나라보다, 더 잘 찾아다닐 수 있는 안내판 .
아이러니하지 않을 수 없다.

양쪽으로 우거진 밀림 같은 숲. 이름 모를 들꽃들이 감미로운 음악과 어울려
마음에 때도 벗겨지는 기분이다.
중간에 오일을 넣고 아이스크림과 물을 사고 차에 오르려는 나를 향해 다정히 미소 지으며
손을 흔들어주는 낯선 이의 친절함.아마도 한국이었다면 오해도 하리라
인간이 인간을 신뢰하지 못하고 색안경을 끼고 봐야 하는 우리 사회 비단 이것뿐이랴

흐드러지게 핀 들꽃 들꽃 .눈에 보이는 아름다움이 눈물겹다.
신이 창조한 이 아름다운 것들을 나 혼자 즐긴다는 것이 너무 안타깝다
멀리 떨어져 있는 사랑하는 사람들의 얼굴이 떠오른다

가슴 가득 그들을 향해 미소를 보내지만 언제나처럼 나는 혼자다.
넓은 계곡물을 끼고 끝없이 펼쳐지는 초록 융단이 깔린 마을들을 지나 쉽게 찾은 친구별장
온통 아름드리 쌍둥이 소나무들이 하늘 끝이라도 따라갈 듯이 쭉쭉 뻗어있다

열쇠를 찾아 문을 여니 낮설지 않은 오래된 마른 나무 냄새가 정겨움을 느끼게 한다
가지고 온 식료품들을 냉장고에 넣으려 하는 내 눈에 들어온 메모지
어느 층에는 치즈와 버터 요구르트.어디엔 무슨 무슨 채소.식료품
한눈에 알아볼 수 있도록 친구를 위해서 배려한 그들의 마음이 엿보여 코끝이 시큰하다.

식탁 위엔 근처 가볼 만한 곳 을 표시한 안내문.낚시도구 는 어디에 있으니
미끼만 사면 된다 는 내용.덛붙여 라이센스를 꼭 사라는 자상한 친구의 배려에 다시 한번 고맙다

담요를 두 장 겹쳐 덮고 나서야 잠이 들을 수 있는 이곳 팔월의 산속 아침은 새 울움 소리에 잠에서 깬다
에스프레소 한 잔을 열탕 압축으로 우려내 음악과 함께 마시는 맛은 차라리 짜릿하다
아름드리 쌍둥이 소나무 가지 사이로 아침 햇살이 청명하게 눈부시다

정원에 쌓인 소나무 낙엽 사이로 뾰족뾰족 내민 버섯은 아무리 봐도 한국 송이 비슷한데.
푹신한 감촉의 솔잎 낙엽을 밟고 산책하는 맛 또한 이곳에서 느끼는 최고의 선물이 아닐 수 없다.

사방에 보이는 야생 블루베리 열매를 한 웅큼 따서 맛본다 기후관계 탓인지 아직 신맛이 난다.
들꽃을 한 아름 따서 예쁘게 장식한 화려한 식탁은 또 얼마나 멋진가!

마을로 내려가 가짜 미끼를 사고 돌아서려는데 라이센스 있느냐 묻는다.
그러잖아도 하루 낚시에 라이센스 산다는 것이 조금 마음에 안 들었는데 얼결에 있다고 대답하고
나서는 뒤통수가 따갑다.

한참을 살핀 뒤에 자리 잡은 계곡 .아름다운 들꽃들과 산에서 풍겨오는 산 냄새 .

아스라이 그리움이 피어난다. 미끼를 끼고 낚싯대를 드리운지 얼마 안 되어

래프팅하는 남녀 무리가 구릿빛이 도는 피부들을 자랑하며 내려온다
건강미가 넘치는 아름다움 얼마나 싱그럽고 아름다운가
자연스럽게 서로에게 손을 흔들어준다 아 ~~사람사는곳 같다

얼마나 좋은가 모르는 사람 끼리라도 눈이 마주치면 가볍게 웃어주며 흔들어주는 손.
이것이 사람 사는 정이 아닌가?

우리네 한 아파트 에레베타 안에서 만나는 사람 들이라도 눈인사 한번 제대로 하지 않고
애써 모르는 척 어색해 하는 것은 또 얼마나 모자람이냐

지렁이를 달아야 잘 잡힌다는 낚시가게 주인 말을 무시하고 가짜미끼를 달아서인지 도대체 물리지를 안는다
조금 지루해질 무렵 길가에 세워놓은 차를 보고 내려왔으리라 경찰이 라이센스를 보자 한다
아차! 19불 아끼려다 250불 벌금 물게 생겼구나
벌금도 벌금이지만 난 한국인 인데,이런 마음이 들으니 아찔하다
난 역시 애국자구나 이런 상황에서 돈보다 한국인의 이미지가 더 걱정되니..^^

아까 낚시가게 에서 이런 마음이 들었으면 라이센스를 19불 아니라 100불이 들어도 사지 않았겠는가
이 넓은 곳에서 나 하나쯤 뭐 괜찮겠지 요행을 바랐던 이 한심한 여자.....
이제 와서 후회한들 무슨 소용이랴

번득이는 머리."라이센스 라니요? 무슨 라이센스요?"
19불만 주고 라이센스를 사면 일 년 동안 미국 어느 지역에서도 낚시를 할 수 있다는 친절한
설명이다. 알지 알고 있지. 모르는척 하는 거지
"저요. 여기 처음 와서 모르고 안 샀으니 한번 봐주세요"

양심이 찔린다.

여권을 보자 한다 다행히 어디를 가도 몸에 지니고 다니는 여권을 내놓으니 들여다보곤 입가에 미소를 띄우며 돌려준다.
마음 졸이고 경찰 입만 쳐다보고 있는 나에게 하는 말
"고기는 잡았어요?"
"아뇨 한 마리도 못 잡았어요"
"어디 보세요 미끼를 무었으로 끼웠는지...." 낚싯줄을 감아올리는 능숙한 솜씨
"가짜미끼는 여기에선 잘 안 잡혀요. 제가 미끼 구해다 드릴 테니 한번 잡아보세요 "
하면서 팔을 들어 보이면서 팔뚝만한 것이 잡힌다는 예기다

휴~~~~살았다
한참 만에 그가 다시 내게 구해다 준 미끼..징그러워 만질 수 없다 하니 손수 낚시에 끼워준다
그리곤 돌아가며 하는 말
"다음에 오실 때는 꼭 라이센스 사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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