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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의 속삭임 (한국 문인협회,한울 문학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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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걱정도 팔자라더니....

미쁘미 2013. 2. 5. 09:24

재깔거리는 새들의, 아침을 깨우는 수선함도

앙증스러운 노란 앵초꽃도 아직 잠에서 깨어나지 않은

고요한 주일날 새벽엔 가끔 지나는 차도 없고

 

질끈 동여맨 머리에 꾸미지 않은 빈 얼굴로

한적한 들길을 걸으면 상쾌한 공기가

 폐부 깊숙히 파고 드는 싱그러움을 느끼며

살아있다는 그것 만으로도 감사가 느껴진다

 

자주 다니는 가까운 산 어딘가엔 

무슨나무가 있고 또 어디쯤엔 삽추싹   취나물이 언제쯤 올라오는지

이맘때면 뾰족히 올라오는 오동통한 오가피 순이 어디 있는지

훤히 꾀뚫고 있기에 쉽사리 한웅큼의 오가피 여린순을 따가지고 돌아오는 발걸음이 가볍다

 

동네 힌둥이가 자주본다고 꼬리를 친다

그렇다 짐승이라도 자주 보니 정이 간다고 저렇게 꼬리를 흔들며 인사 하는데

하물며 만물의 영장인  우리 인간들이 가끔씩 지나치는 얼굴들에 외면할수 있는가!

 

나이많으신 어르신이 지나면 깍듯히 안녕하세요? 인사하고

젊은이가 지나면 목례라도 하면서 싱긋 웃어주고 그것이 사람과 사람사이의

기본예의가 아니겠는가?

모르는 사람이라 해서 지나는 길에 뻘줌이 바라보고 그냥 지나가는것은 더욱 쑥스러운데..

 

이런저런 생각에 잠겨 밝아오는 골목길을 접어들었는데

검은 승용차 한대가 시동을 건지 오래된듯 후꾼한 느낌이  난다

썬팅을 한 유리가 어두워 안이 보이지 않는다

 

이렇게 이른 새벽에 ..? 혹시 불길한 예감이들어 예의불구하고 손으로 이마를 가리고 안을 들여다보니

젊은 남녀가 나란히 누워 눈을 감고 있다

똑똑 노크하니 반응이 없다 또다시 똑똑... 그제야 젊은 남자가 일어나 바라다 본다

 

마음속으로 휘유~ 하면서

"아! 미안해요 시동을 걸고 오래 잠들면 위험할것 같아서요"

"예 "하면서 바라보는 젊은이.. 동남아 어느쪽 사람으로 보인다

 

요즘 하도 자살소식도 많은데다가 가끔 밀폐된 차안에서 오래 잠들면 산소가 부족해서

사고가 있는터라 내가 괜한걱정을 했나보다

걱정도 팔자라더니 ...곤히 잠자는 젊은이들을 깨워 미안하기도 하지만

혹시나 하는 생각에 그래도 깨우길 잘했다는 생각을 해본다

 

어제 캐어다놓은 민들래로 쎌러드를 만들고

질경이 된장국에 막 따가지고 온 오가피 순을 엷은 된장을 끓여 찍어먹으니 상큼한 향기와

쌉사름한 맛과 어울려 오늘 아침 반찬은 어느 진수성찬에 비할바가 아니다

이래서 나는 조금 불편하고 초라해도 아직은 덜 때가 묻은, 순수함이 살아있는 이곳 시골을 떠날수 없나보다

 

*어느해 봄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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