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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의 속삭임 (한국 문인협회,한울 문학 회원)

나의 봄 본문

수필

나의 봄

미쁘미 2012. 11. 16. 20:53

 

친구가 캐어다준,
밭 가장자리 에서 겨우내 푸른빛을 잃치 않고 꿋꿋히 버티어온 
몇그루 꽃 무릇의 몸살 을 볼 때마다 어서 봄이 와야 될텐데
행여 얼어 죽지는 않나 하는 내 기우는 한낮 걱정에 지나지 않았다
꽃샘 추위 속에서도
잎이 붉은 색갈을 띤 노랑꽃 어미는 겨우내 새끼들을 얼리지 않고 잘도 지켰다 
얼마나 많은 새끼들을 이끌고 올라 오는지 참 대견한데
파릇 파릇 실파며 민들래, 희뿌연 구절초가 많은 새끼들을 달고 
밭 전체를 잠식할듯 고물거리며 사랑스럽게 올라오고 있다
얼어 붙었던 기나긴 겨울을 이겨내고 봄을 부르는 땅 속 꿈틀대는 작은 생명들은
갈아입을 옷 하나 없이 또 한번의 에리도록 시린 꽃샘 추위를 꿋꿋히 견디는데
매서운 바람이 옷깃을 스미고 눈발이 날려 세탁해 넣어 두었던 겨울 코트를 
다시 꺼내 입고도 움추리는 나약한 나를 보고 어쩜 비웃을지도 모르겠다
이 꽃샘 추위가 지나면 밭도 갈아 엎어야 되는데 올해는 저 많은 새끼들을 달고 
올라오는 새 싹들을 보고 내 마음이 바뀌어 버렸다
채소 심을 땅 평수가 좀 줄어들면 어떠랴 채소는 조금 덜먹고 봄 부터 가을까지
꽃들이 피어나는 함박 웃음에 나도 함께 웃을 것이며 바람이 가저다 주는 
꽃들에 향기에 취해도 보며 
내 눈을 즐겁게 해줄 내 마음을 흐뭇하게 해줄 저것들의 헌신을 마음껏 즐기리라
이제 막 뾰족히 올라오는 저 어린 생명들의 사랑스러움은 얼마나 또 내 마음을 따스함으로 물들이는가!
아! 이런 대지의 오묘한 신비가 신묘 막측 이 아니고 무었인가
오늘도 살아 있음이 감사한 이아침 어서 밝은 햇살이 비추어 밤새 꽁꽁 얼었던
저 새싹 들의 따스한 기지개를 볼수 있기를 고대하며 
가난 하지만 나에 봄은 결코 그리 가난하지 않다고 참 감사 하다고.....

글/강제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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