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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의 속삭임 (한국 문인협회,한울 문학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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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쁘미 2021. 12. 5. 03:20

뉴욕 FIT 교환 학생으로 이태리 폴리모다

신입생 파티에서 만난 딸 재희에게 프러포즈한 신랑감은 치대를 나와 치과 병원 의사였다

그러나 재희를 따라 뉴욕에 가고 싶은 마음에 의사를 포기했다.

 

재희가 학기를 마치고 다시 뉴욕 FIT로 돌아가기전 방학 떄 사돈될 어른이 나를 이태리로 초대했다

나는 마침 유럽 여행길에 오르고  딸도 만날겸 스위스, 영국, 독일, 프랑스, 폼베이를 거치고 마지막으로 로마에 들렸다 나포리  피랜채 쏘랜토 베네치아  등등 을 돌고 폴리모다에 딸을 만날 계획으로 한바퀴 돌고 있던 참이었다

 

마침 재희는 방학 중이기에 집에 있겠지 생각하고 있었는데 로마에 들렀을 때다

쇼핑몰에 들려서 기웃기웃하는데 가죽옷 매장 앞에서 여름인데도 단정하게 정장을 차려입은 아가씨가

구경하는 일본 관광객이 지날 때마다  "이랏샤 이마세" (어서 오세요)하고 깍듯이 인사를 하는 

귀에 익은 목소리 일본말이 들리기에 쳐다보았다

 

순간 나는 내 눈을 의심했다. 내 딸이었다 "이게 누구야 내 딸 아냐 ?"

학교는 로마와 떨어져 있는데 방학이라고 친구들과 놀러 가지 않고 가죽옷 매장에서 아르바이트 하고 있는것이다

나는 반가우면서도 가슴이 먹먹했다.

 

정말 쇼핑몰에서 딸을 만나리라고는 생각을 못 했기에 갑자기 만나니 반갑기도 하고 딸이 대견하기도 하지만

방학인데 쉬지 않고 일하는 모습이 당당해 보이기도 했지만 한편 측은해 보이기도 헸다

엄마가 학비를 대주고 있는데도 저 나름대로 열심히 사는 딸인 것이다

딸도 엄마가 자신이 아르바이트하는 매장에 올 것이라고는 생각지도 못하고 엄마와 만날 날짜는 아직 일주일 정도

남아 있으니 반갑기도 하면서 무척 놀라워했다.

 

어쩔 수 없이 딸을 매장에 남겨두고 나는 다시 이탈리아 구석구석을 돌고 약속 날짜에 맞추어 재희가 와서 기다리는

사돈 될 집 토스카나에 찾아갔다. 마침 저녁 식사를 내오는데 큰 접시에 작은 접시를 받히는 식으로 모든 상차림이

보통 정성이 아니었다. 나중 딸에게서 들은 말인데 이탈리아 정식 밥상은 그렇게 차리는 거란다

 

하루 저녁 사돈 될 집에서 자고 아침이 되었는데 사돈 될 어른이 건조기에서 마른빨래를 꺼내어 다림질하는데

나는 깜짝 놀랐다 겉옷만 다리는 게 아니고 집안 식구 모두의 팬티까지 다리는 것이다

그것도 놀랐는데 마지막으로 양말을 살짝살짝 다려서 금방 사온 모양대로 접어서 정리하는 모습을 보고

나는 속으로 틀렸다 이 결혼은 못 시킨다고 결정했다

 

나도 깔끔한 체하는데 둘째라고 하면 서러울 텐데 그래도 팬티와 양말은 다리지 않는다

딸에게 그런 예기를 하니 딸은 웃으면서 "엄마 우리 결혼하면 뉴욕에서 살 텐데 무슨 걱정을 하세요"

"그렇지만 그 엄마 밑에서 자란 아들이 보고 배운 것이 있는데 네가 견뎌 내겠니?"

 

그러나 결국 딸이 뉴욕에 돌아가 졸업하고 직장을 잡고 다시 이탈리아에 가서 결혼식을 올렸다

딸에게서 전화가 왔다 " 엄마 결혼식에 단 한 푼도 쓰지 마세요. 신랑 쪽에서 모두 알아서 한답니다"

그러나 내 마음은 편치 않았다 현금으로라도 얼마 드려야 되는 것 아니냐 하니 딸이 사돈에게 그 말을 전하니

사돈어른이 무슨소리냐  하시며 오히려 화를 내시며 먼 곳에서 오시느라 힘들고 비행기 삯도 많이 드는데

그냥 오시는 것만도 감사하다고 전하라고 하셨단다

 

그렇게 결혼식을 치르게 되었는데 그래도 한국식으로 조금은 가미하고 싶어서 사돈 내외분과 딸 사위 한복을 맞춰서

결혼식 끝나고 폐백드릴 모든 준비를 한국에서 마련해 가지고 가서

결혼식은 사위가 수사들이 살던 별장을 산 리보느로 성당에서 올렸다.

 

딸은 외딩 드레스와 외딩 모자를 아빠가 짠 일본식 쓰무기 씰크로 손수 만들어 입고 결혼식을 했다

결혼식은 아주 엄숙하게 하면서도 성스럽고 분위기 화기애애하게 해서 참으로 흐뭇했던 기억이다

 

그러나 이튿날 둘의 신혼여행을 가야 하기에 우리 부부는 별장에 묵고 딸 부부는 본가에서 자고

아침 일찍 별장에서 만나 우리 부부에게 인사드리고 신혼 여행길에 오르기로 하고 아침 9시까지 온다는 약속을 하고

본가로 돌아갔다.

 

이튼날 딸 부부는 9시가 되어도 오지 못했다

그때부터 남편은 이렇게 약속을 어기는 사위는 혼 좀 나야 한다고 하면서 화를 내기 시작했다

나는 신혼 첫날인데 저들 나름대로 빨리 못 오는 이유가 있을테니 화 내지 말고 참으라 했지만 내말을 들은척도 안 했다

딸 부부는 10시가 다 되어 나타났다

 

남편은 딸 부부가 나타나자마자 호통을 치는 것이다 집안도 아니고 정원에 나와 앉아서

흙 바닥에 무릎을 꿇으라 하는 것이다 한국말을 못 알아듣는 사위는 어리둥절해서 눈만 껌벅거리며 딸을 쳐다본다

딸이 통역을 하자 사위는 두말하지 않고 흙바닥에 무릎을 꿇고 앉는다

딸은 기가 막히지만 어쩔 수 없다는 듯이 나란히 무릎 꿇고 앉았다

 

남편은 일장 연설을 하고 딸은 통역을 하고 사위는 눈을 껌벅이며 이해하려 애쓰고 나는 속으로 웃음이 나와서 미치겠는데

웃을 수도 없고 참느라 혼이 났다

그렇게 신혼 첫날부터 장인에게 혼줄이 난 사위는 변명도 안 하고 잘못했다고 공손히 인사를 하고 신혼여행 길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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